“간호사도 아니면서, 어떻게 아세요?”
간호사 선생님을 만나 제가 하는 일을 이야기하면, 십중팔구 이 질문이 돌아옵니다.
“그런데… 간호사도 아니시면서, 저희 사정을 어떻게 아세요?”
저는 이 질문을 좋아합니다. 무례해서가 아니라, 정확하기 때문입니다. 그리고 이 질문에 어떻게 답하느냐가, 제가 이 일을 할 자격이 있는지를 스스로 시험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.
인정합니다, 저는 현장을 모릅니다
먼저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. 저는 간호사가 아닙니다. 밤 근무의 무게도, 인계의 긴장도, 콜벨이 동시에 울리는 순간의 정신없음도, 제 몸으로 겪어본 적이 없습니다.
그러니 “다 안다”고 말하면 그건 거짓말입니다. 저는 모릅니다. 그리고 모른다는 걸 아는 데서 시작하려고 합니다.
그런데 이 질문을, 저는 뒤집어보기로 했습니다
저는 특정 병동의 사람도, 특정 연차의 사람도 아닙니다. 3년 차의 서운함도, 프리셉터의 부담도, 수간호사의 고민도, 저에게는 어느 하나가 더 가깝거나 멀지 않습니다.
바로 그래서, 저는 누구의 편도 아닌 자리에 설 수 있습니다.
근무표를 둘러싼 갈등의 상당 부분은, 사실 서로의 사정이 부딪히는 데서 옵니다. 누군가에게 공정한 것이 누군가에게는 불공정하게 느껴지고, 목소리 큰 사람의 사정이 먼저 반영되곤 합니다. 만약 제가 그 안의 한 사람이었다면, 저 역시 제 입장에 치우쳤을 겁니다.
하지만 저는 밖에 서 있습니다. 그래서 어느 한쪽의 관행이나 이해에 끌려가지 않고,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가장 공정한 기준이 무엇인지를, 조금 더 차갑고 정직하게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. 현장을 모른다는 건 분명한 약점입니다. 그러나 아무 편에도 서 있지 않다는 건, 어쩌면 강점이 될 수 있습니다.
다만, 이 강점은 신뢰가 있어야만 성립합니다
물론 압니다. 밖에 서 있다는 건, 자칫 “현실도 모르면서”가 되기 쉽다는 걸요. 객관성은 게으름의 변명이 될 수도 있습니다.
그래서 저는 발로 뛰기로 했습니다. 계속 묻고, 계속 듣고, 계속 기록합니다. 한 분 한 분 만나 이야기를 청하고, 제가 틀린 부분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고칩니다. 현장을 몸으로 겪지 못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정직함은, 끝까지 겸손하게 듣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.
저는 원래 앞에 나서기보다, 맡은 일을 조용히 끝까지 하려는 사람입니다. 이번엔 그 마음을, 저를 증명하는 데가 아니라 밤을 지키는 선생님들을 향해 쓰려고 합니다. 이 글도, 그 듣기의 기록입니다.
혹시 제가 놓치고 있는 현장의 진실이 있다면, 꼭 알려주세요. 30분만,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? 특히 직접 근무표를 짜 보신 분이라면, 그 무게를 아는 이야기를 가장 듣고 싶습니다. 인터뷰에 참여해 주실 분을 찾고 있습니다. Duti가 완성되면, 함께 이야기 나눈 선생님들을 가장 먼저 초대할게요. 그 목소리가 제가 가진 가장 귀한 자료입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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